새의 얼굴 - 이민하 날개를 저을 때와 날개를 접을 때새는 어떤 표정일까날개는 새를 소유한다타이머가 날개를 소유하듯이누구나 태어난 채로오늘은 나의 생일이 아니다축하해 다오문 앞에 사탕처럼 들러붙는 꽃들 말고죽은 새도 괜찮다선물을 다오열두 살 때 처음 내 방에 날아든새 한 마리가 다음 날 화단에 묻혔다그 애의 싸늘한 얼굴이 지금도 기억난다그 후로는 종종 놀래키듯크고 작은 새들이 들어와방에서 실려 나가는 일이 늘었고그때마다 새를 대하는 기술이 늘었지만나는 여전히 새를 수리하지 못한다새는 얼굴을 숨기려고 부리를 키운다비행기처럼 자란 부리를 피해엄마는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었다나는 어떤 이들의 부리공포증을 이해한다나의 지렁이공포증처럼 환각이 절벽으로 떠미는 순간도 있는 것이다비 오는 날산책을 시도하지만 기차처럼 달려오는 지렁이의 꼭꼭 숨겨진 얼굴처럼날아가는 새의 얼굴은 날개 속에 묻혀 있다날개는 눈빛을 거래하지 않는다나는 화단에 엄마도 묻었다화단은 무덤을 숨기려고 꽃들을 키운다손톱으로 흙을 파며 내가 기르는 건묻혀진 날개가 아니라 새의 얼굴나는 화단에 나를 묻었던 걸 이해한다부리에 삼켜진 엄마처럼 지렁이에 삼켜진 사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