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사람들 더러 아는 척해도 실은 가는 길도 모르고 무엇이 있는지는 더욱 모르는 외딴 섬 하나를 나는 안다
햇볕과 바람 유독 넉넉하고 정갈한 그 섬에 가면 홀로된 여자가 몇 뙈기의 외롬꽃을 가꾸며 산다 온 하루 김을 매고 속된 꿈 솎고 저물면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읽고 스스로 섬이 되고 별이 되는 섬 여자 나는 몰래 그녀를 사랑한다
가을볕 붉게 타는 수수밭 지나 고운 소금 뿌린 듯 메밀꽃 하얀 고샅길 질러 바다로 가노라면 꽃게처럼 웅크린 인가 몇 채 졸 뿐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다,무시로 참새떼소리 왁자한 탱자울 넘어 날아든 꿀벌들의 입맞춤이 진한지 참깨꽃 은방울이 섬 온 채를 흔든다
그늘 깊은 뒷산 잡목숲에는 탁목조 한 마리가 산해경(山海經)읽듯 팽나무 찍는 소리로 하루해가 저물고 노을 젖은 은박지로 구겨진 바다 물빛 풍금소리 은은한 그 섬에 가면 나 혼자 엿듣는 방언이 있다 감쪽같이 나누는 사랑이 있다 아련하게 니스칠한 추억이 있다 세상과 먼 그 섬에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