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성모병원 13층에는 천사들이 산다 문을 열면 연두 빛 풀밭이 있고 그 풀밭에서 몸 속 깊이 숨겨둔 날개 펼쳐 날아오르는 가벼운 새의 영혼을 가진 아직 인간의 몸을 가져 아픈 그들이 산다 소독약으로 균을 살균해야만 들어설 수 있는 곳 날 것이 아닌 익힌 음식물만 세끼 식사로 제공되는 지상 위의 완전 무균실 천국 천국으로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숫자버튼만 누르면 된다 그러나 세상의 죄업에 오염된 자 출입금지다 욕망의 유언비어 무단살포 뿌려대는 바이러스 보유자인 당신도 면회금지다 아름다운 비행을 끝내고 착륙하려는 순간 공중폭발 해버린 우주왕복선의 비극처럼 면역력 제로의 천사들 칸칸이 비닐 막 커튼처럼 쳐진 방에서 절개된 상처부위에 생의 복음 덧바르며 희망의 푸른 싹 키워낸다 조금 더 사랑하는 사람들 옆에 머물고 싶어 하루가 영원인 날을 살고 있다 밤의 절벽에 매달린 생명의 붉은 불빛 창백한 병원 간판 밑에 저당 잡힌 전 생애의 무게는 얼마일까 여의도 성모병원 13층에는 아직도 천사가 산다 날개 접은 채 웅크리고 누운 천국의 세입자들 움막처럼 남루해도 땅위에 포복한 바람아래 그 집에 가고 싶다 바람 속을 뚫고 지상에 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