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주머니에서 -사진1
詩/박유라
찰칵, 낙엽을 꺼낸다
아직 핏기 마르지 않은 부고 한 장
그녀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려 고양이, 라고 읽으며
1280×960 파인더 밖을 내다보고 있을 때
순식간에 지나가는 한 컷
고양이가 껍질 벗긴 장어 한 마리를 훔쳐 물고 달아난다
명산장어에서 한 칸 공터를 지나 오동도횟집까지
햇살을 파닥이며 바람이 재빨리 불고 간다
피복 벗겨진 고압선처럼
몸에서 꺼낸 한 줄기, 그림자가 시뻘겋게 감전되는
오후 1시 30분 저기 한 칸 빈 주머니에
지-지-직 섬광이 지나갔던 걸까
고요 속에 파들거리고 있는 그녀를 관통하여
찰칵, 낙엽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