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 오늘은 오늘의 물결 다가와 출렁인다 갈매기떼 사납게 난다 그리고 지금 지상의 한 곳에선 누군가의 발짝 소리 급하게 울린다 울지 마라 내일은 내일의 물결 더 거셀 것이다 갈매기떼 더욱 미칠 것이다 그리고 끓어 넘치면서 세계는 조금씩 새로워질 것이다
이시영
1949년 전남 구례 출생.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수학.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월간문학』 제3회 신인상 수상. 시집 『만월』『바람 속으로』『길은 멀다 친구여』『이슬 맺힌 노래』『무늬』『사이』『조용한 푸른 하늘』『은빛 호각』등, 산문집 『곧 수풀은 베어지리라』간행. 정지용문학상, 동서문학상 등 수상. 중앙대 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역임. 계간 『창작과비평』편집자문위원.
이시영 형님이 참 잔인한 사람이다. 언젠가 내게 말했다. 네 소설엔 물기가 부족해. 아마 요즘 식으로 말하면 2프로가 딱 부족하다는 뜻이겠다. 그 말이 참 모골송연하게 만들었다. 비수처럼 내 가슴팍에 와 박혔다. 그래도 그땐 정확히 몰랐다.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제 조금 그 말뜻 알만하니, 느닷없이 눈물이 흐른다. 울지 말아야 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힘들 것이다. 고통을 피하지 말라는 뜻인가. 그리고 그 고통 속에서 세계가 새롭게 열릴 것인가. 제미, 자신 없다. 나는 그저 오늘, 울고 싶다. 졌다. 그뿐이다. 세계여, 너 같은 것, 없어도 좋다. 네가 이겼다. 그래도,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