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새벽을 적시울 즈음 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 피어린 흐느낌 한 그릇 옛날 향훈(香薰)이 어찌 이 맘 홍근 안 젖었으리오마는 이 아침 새 빛에 하늘대는 어린 속잎들 저리 부드러웁고 발목은 포실거리어 접힌 마음 구긴 생각 이제 다 어루만져졌나보오
꾀꼬리는 다시 창공을 흔드오 자랑찬 새 하늘을 사치스레 만드오 사향(麝香) 냄새도 잊어버렸대서야 불혹이 자랑이 아니 되오 아침 꾀꼬리에 안 불리는 혼이야 새벽 두견이 못 잡는 마음이야 한낮이 정밀하단들 또 무얼하오
저 꾀꼬리 무던히 소년인가 보오 새벽 두견이야 오-랜 중년이고 내사 불혹을 자랑턴 사람.
▶ 김영랑 시인 프로필
金永郞. 1903~1950. 본명 윤식(允植). 전남 강진 출생. 휘문의숙 입학, 3·1운동 때 체포되어 6개월 간 옥고 치름. 일본 아오야마학원 입학 중학부 및 영문과 수료. 1930년 박용철·정지용과 함께 <시문학> 동인 활동 및 작품 발표. 시집으로 『영랑시집』(193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