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의 낮은 목소리에 지친 것일까. ‘격정적인’ 목소리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절망과 치욕의 연대를 통과했던 자(者)라면, 1980년대에 발표된 최승자의 「청파동을 기억하는가」의 비극적 격렬함을 잊지 못하리라.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라는, 서정감 넘치는 시적 진술은 제3연의 ‘지렁이’의 이미지에 이르러 독자들의 기대가 산산조각 깨어지고, “쇠꼬챙이”에 찔린 채 죽어가는 자의 비극적인 공간으로 표상된다. 청파동을 ‘광주(光州)’로 읽는 것이 마냥 오독(誤讀)은 아니었으리라. 자아 바깥의 세계에 맞서 처절한 ‘몸의 언어’를 보여주었던 「청파동을 기억하는가」와 같은 격정을 만날 수는 없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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