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간이역이 끊어진 철교 그 너머 아스라한 은하수 기슭에 있다 할지라도 바람 속에 말달리는 마음 어쩌지 못해 열띤 기적을 울리고 또 울린다 바다가 노을을 삼키고 노을이 바다를 삼킨 세계의 끝 그 영원 속으로 마구 내달린다
출발하자마자 돌이킬 수 없는 뻘에 처박히고 마는 내 철없는 협궤열차
오늘도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에서 한 량 가득 그리움 싣고 떠난다
▶ 이가림 시인 약력
시인, 불문학자. 본명 이계진. 1943년 만주 출생. 성대 불문과 및 대학원 졸업, 프랑스 루앙대학 불문학 박사.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파리 제7대학 객원교수 역임. 시집으로 《빙하기》(1973),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1981), 《슬픈 반도》(1989), 《순간의 거울》(1995) 등이 있음. 제5회 정지용문학상(1993), 제6회 편운문학상(1996), 제7회 후광문학상(1999) 수상. 현재 인하대 불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