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이전까지 나는 고향에 관한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 쓰지 못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한데 그 고비를 넘기면서 고향에 대한 시가 씌어지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 어렸을 때 떠난 고향, 전쟁으로 불타서 폐허가 된 고향, 옛사람이라곤 아무도 살지 않는 고향, 섣불리 찾아갔다가는 머쓱해져서 되돌아오는 고향―그런 고향이 다시 내 마음의 그리메(스크린)에 진한 아픔으로 찍혀나왔던 것이다. / 출전: 민영 수필 『나의 길』(동학사 1999) 중에서
▶ 민영 시인 약력
193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남. 1937년 부모를 따라 만주로 이주. 1945년 간도성 화룡현 명신소학교 5년 중퇴. 195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斷章』(1972), 『龍仁 지나는 길에』(1977), 『냉이를 캐며』(1983), 『엉겅퀴꽃』(1987), 『바람 부는 날』(1991), 『流沙를 바라보며』(1996) 등이 있음.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1983), 만해문학상(1991) 수상. 민족문학작가회의 부회장, 시분과위원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