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누가 낚아왔을까 神勒寺 누각 대들보에 매달린 물고기 한 마리가 강바람에 마른다 머리는 용 같고 몸은 잉어 비슷한 생김새 참 희한한 나무 물고기 옥빛 여의주를 입으로 희롱하니 여주 들녘이 온통 화답하듯 푸르다 저 놈의 전생은 무엇이었길래 속은 몽땅 누구한테 빼주고 휑한 몸뚱이만 허공에 떠 한가할까 웬 젊은 스님 하나 그 속으로 들어가 마른 북어 패듯 신나게 두들긴다 속 없는 놈은 맞아야 싸다는 건지 무엇을 실토하라는 건지, 혹시 술 생각 나서 그러는 건 아닌지 매맞는 목어 울음소리가 살아서 튄다 생전의 죄업이 얼마나 깊고 크길래 구천까지 사무치는 울음을 보시하는가 아연 강물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내 허리가 갑자기 욱신욱신 아프다 이젠 입으로만 읽지 말고 눈으로 듣고 귀로 읽어 보아라! 나뭇잎들 퍼렇게 질려 손사래치고 서녘 하늘 붉게 취해 모로 눕는다 속 비워 가뿐한 목어 울음소리가 멀리 인천 앞 바다로 흘러간 강줄기를 상류로 상류로 다시 끌고 오는지 넉넉한 물비늘이 울먹울먹 빛난다 방생한 물고기도 저 소리로 크는가?
- 출처: 계간 『시와사람』 제10호 (1998 가을호)
▶ 임영조 (1943~ ) 시인 약력
1943년 충남 보령 출생. 본명 세순(世淳). 서울전신전화국 토목공사장 급사. 故 신동엽 시인으로투버 시 사사. 서라벌예대 문창과 입학. 1970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出航」 당선, 197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木手의 노래」 당선. <육성> 동인 활동. 제1시집 《바람이 남긴 은어》(1985), 《그림자를 지우며》(1988), 《갈대는 배후가 없다》(1992), 《귀로 웃는 집》(1997) 등의 시집이 있음. 서라벌문학상(1991), 현대문학상(1993), 소월시문학상(1995)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