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밭 가에서 - 김수영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 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앉은 석경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앟고 젖어있듯이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있을 때 북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