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옥찬가(家屋讚歌) - 김수영 무더운 자연 속에서 검은 손과 발에 마구 상처를 입고 와서 병든 사자처럼 벌거벗고 지내는 나는 여름 석간에 폭풍예보를 보고 배를 타고가는 사람을 습성에서가 아니라 염려하고 삼년전에 심은 버드나무의 악마같은 그림자가 뿜는 아우성소리를 들으며 집과 문명을 새삼스럽게 즐거워하고 또 비판한다 하얗게 마른마루틈 사이에서 들어오는 바람에서 느끼는 투지와 애정은 젊다 자연을 보지 않고 자연을 사랑하라 목가가 여기 있다고 외쳐라 폭풍의 목가가 여기 있다고 외쳐라 목사여 정치가여 상인이여 노동자여 실직자여 방랑자여 그리고 나와같은 집없는 걸인이여 집이 여기 있다고 외쳐라 하얗게 마른 마루틈 사이에서 검은 바람이 들어온다고 외쳐라 너의 머리 위에 너의 몸을 반쯤 가려주는 길고 멋진 양철 채양이 있다고 외쳐라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