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기도 일기
11
새벽부터 나의 단잠을 깨우는 새소리. 문득 잠을 깨면 나뭇가지의 새들도, 키 큰 나무들도 내 방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것 같아 정다운 느낌이다.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정향나무 한 그루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지.
`나무야, 네 눈빛만 보아도 나는 행복해. 쓰러질 듯 가느다란 몸으로 그토록 많은 잎과 열매를 묵묵히 키워내는 너를 오래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더욱 살고 싶어져. 모든 슬픔을 잊게 돼. 바람에 흔들리는 네 소리만 들어도 나는 네 마음을 알 것 같아. 모든 이를 골고루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애쓰는 너. 우리 엄마처럼 웬만한 괴로움은 내색도 않고 하늘만 쳐다보는 네 깊은 속마음을 알 것 같단 말이야.`
12
`별을 보면 겸손해집니다` 라는 기사를 미국에 사는 진주씨가 보내 주었다. `천문학의 매력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것, 가장 멀리 있는 것, 가장 오래된 것, 가장 궁극적인 것을 찾아가는 데 있습니다. 복잡한 일상, 슬픔까지도 무한한 우주에 대비해 보면 극히 짧은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라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어느 날 별을 바라보다 쓴 나의 글 `어떤 별에게` 한 편을 다시 읽어 본다.
나는 당신의 이름을 모르지만
산에서 하늘을 보면
금방이라도 가까이
제 곁에 내려앉을 것 같습니다
다른 별에 비하면
지구는 아주 작은 별이라는 걸
얼른 이해할 수 없듯이
때로는 그 안에
먼지처럼 작은 내가 있음을
자주 잊어버리며 삽니다
요즘은 혜성, 목성의 거대한 충돌로
온 세계가 하늘을 보고 놀라워하는데
큰 별과 별, 천체의 부딪침이 신기하고 놀랍듯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어느 순간 섬광처럼 부딪쳐 일어나는
사랑의 사건 또한
얼마나 아름답고 놀라운 것인가요?
누가 눈여겨보지 않아도
그 황홀한 내면의 빛은
소리 없이 활활 타올라
우주를 밝히고 세상을 구원합니다
그래서 사랑할 땐 우리도 별이 되고
이미 별나라에 들어가 살고 있는 것입니다
심하게 부딪치고도 깨어지지 않는
지상에서의 사랑을 별나라에까지 들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