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의 뜰안에 - 김수영
초봄의 뜰안에 들어오면
서편으로 난 난간문 밖의 풍경은
모름지기 보이지 않고
황폐한 강변을
영혼보다도 더 새로운 해빙의 파편이
저멀리
흐른다
보석같은 아내와 아들은
화롯불을 피워가며 병아리를 기르고
짓이긴 파냄새가 술취한
내 이마에 신약처럼 생긋하다
흐린 하늘에 이는 바람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데
옷을 벗어놓은 나의 정신은
늙은 바위에 앉은 이끼처럼 추워라
겨울이 지나간 밭고랑 사이에 남은
고독은 신의 무재조와 사기라고
하여도 좋았다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