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 김수영
나는 일손을 멈추고 잠시 무엇을 생각하게 된다.
-살아있는 보람이란 이것뿐이라고-
하루살이의 광무여
하루살이는 지금 나의일을 방해한다
-나는 확실히 하루살이에게 졌다고 생각한다-
하루살이의 유희여
너의 모습과 너의 몸짓은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러우냐
소리없이 기고 소리없이 날으다가
되돌아오고 되돌아가는 무수한 하루살이
-그러나 나의 머리 위의 천장에서는 너의 소리가 들린다-
하루살이의 반복이여
불옆으로 모여드는 하루살이여
벽을 사랑하는 하루살이여
감정을 잊어버린 시인에게로
모여드는 모여드는 하루살이여
-나의 시각을 쉬이게 하라-
하루살이의 황홀이여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