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공원에서(어머니 가시다) - 천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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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제일 외로운 공원으로 서울에서 제일 외로운 사나이가 왔다.
외롭다는 게 뭐 나쁠 것도 없다고 되뇌이면서 이맘때쯤이 그곳 벚나무를 만발하게 하는
까닭을 사나이는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벚꽃 밑 벤치에서 만산을 보듯이 겨우
의젓해지는 것이다. 쓸쓸함이여, 아니라면 외로움이여, 너에게도 가끔은 이와 같은
빛 비치는 마음의 계절은 있다고, 그렇게 노래할 때도 있다고, 말 전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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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벚꽃잎은 속에는 십여 년 전 작고하신 아버지가 생전의 가장 인자했던 모습을 하고 포오즈를 취하고 있고, 여섯에 요절한 조카가 갓핀 어린 꽃잎 가에서 파릇파릇 웃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 어머니는 어디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