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STER - 김수영
나의 천성은 깨어졌다
더러운 붓끝에서 흔들리는 오욕
바다보다 아름다운 세월을 건너와서
나는 태양을 줏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설마 이런것이 올줄이야
괴물이여
지금 고갈시인의 절정에 서서
이름도 모르는 뼈와 뼈
어디까지나 뒤퉁그러져 나왔구나
-그것을 내가 아는 가장 비참한 친구가 붙이고 간 명칭으로 나는 정리하고 있는가
나의 명예는 부서졌다
비 대신 황사가 퍼붓는 하늘아래
누가 지어논 무덤이냐
그러나 그 속에서 부패하고 있는 것
-그것은 나의 앙상한 생명
PLASTER가 연상하는 냄새가 이러할 것이다
오욕·뼈·PLASTER·뼈·뼈
뼈·뼈······················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