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村의 夕陽(해촌의 석양) - 한용운
석양은 갈대지붕을 비쳐서
작은 언덕 잔디밭에 반사되었다.
산기슭으로 길을 물 길로 가는 처녀는
한손으로 부신 눈을 가리고 동동걸음을 친다.
반쯤 찡그러진 그의 이마엔 저녁 늦은 근심이 가늘게 눈썹을 눌렀다.
낚싯대를 메고 돌아오는 어부는
갯가에 선 노파를 만나서
멀리 오는 돛대를 가리키면서
무슨 말인지 끊일 줄을 모른다.
서천에 지는 해는
바다의 고별음악을 들으면서
짐짓 머뭇머뭇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