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人島 / 신경림
너는 때로 사람들 땀 냄새가 그리운가 보다
밤마다 힘겹게 바다를 헤엄쳐 건너
집집에 별이 달리는 포구로 오는 걸 보면
질척거리는 어시장을 들여다도 보고
떠들썩한 골목을 기웃대는 네 걸음이
절로 가볍고 즐거운 춤이 되는구나
누가 모르겠느냐 세상에 아름다운 게
나무와 꽃과 풀만이 아니라는 걸
악다구니엔 짐짓 눈살을 찌푸리다가
놀이판엔 콧노래로 끼여들 터이지만
보아라 탐조등 불빛에 놀라 돌아서는
네 빈 가슴을 와 채우는 새파란 달빛을
슬퍼하지 말라 어둠이 걷히기 전에 돌아가
안개로 덮어야 하는 네 갇힌 삶을
곳곳에서 부딪히고 막히는 무거운 발길을
깃과 털 속에 새와 짐승을 기르면서
가슴속에 큰 뭍 하나를 묻고 살아가는
너 나의 서럽고 아름다운 무인도여
- 신경림, 『쓰러진 자의 꿈』(창작과비평사,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