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막혀 - 한용운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건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바칩니다. 나의 손길은 왜 그리 짧아서 눈 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뜨렸습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를 놓고 진주로 배 모아요. 오시려도 길이 막혀 못 오시는 당신을 기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