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불나비 나의 스케치 - 오상순 나의 귀는 소라인 양 항상 파도소리의 그윽한 여운을 못 잊고 나의 눈은 올빼미인 양 고동하는 밤의 심장을 노린다. 나의 코는 사냥개마냥 사향의 지나간 자취를 따라 심산과 유곡을 더듬어 헤매이고 나의 입은 거북마냥 담배연기 안개를 피워 일체의 잡음과 부조리와 일체의 중압과 불여의를 가슴 깊이 안은 채 나와 나 아닌 것의 위치와 거리와 간격(間隔)을 자유로 도회(蹈晦)하고 조절하여 하나의 조화의 세계를 창조하여 그 제호미(醍호味)에 잠긴다.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