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불나비 일진(一塵) - 오상순 나는 하나의 티끌이다 이 하나의 티끌 속에 우주를 포장(包藏)하고 무한한 공간을 끝없이 움직여 달린다. 나는 한 알의 원자이다 이 한 알의 원자 속에 육합(六合)을 배태하고 영원한 시간을 끊임없이 흐른다. 나는 하나의 티끌 한 알의 원자 하나의 티끌 한 알의 원자인 너는 우주와 꼭같은 생리와 정혼(精魂)을 내포한 채 감각을 감각하고 지각을 지각하고 감정을 감정하고 의욕을 의욕하고...... 우주의 호흡을 호흡하고 우주의 맥박을 맥박하고 우주의 심장을 고동하나니 한 티끌의 심장이 고동의 도수에 따라 일월성신과 지구가 움직여 돌아가고 바다의 조류가 고저하고 산악의 호흡이 신축한다. 오 ! 그러나 그러나 한번 감정이 역류하여 노기를 띠고 한데 뭉쳐 터지면 황홀하고 신비한 광채의 무지개 찬란한 속에 우주는 폭발하여 무로 환원하나니 오 ! 일지의 절대 불가사의한 운명이여 ! 오 ! 일진의 절대 신비한 운명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