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의 정신과 감격을 낚다 - 오상순 8.15 8.15 그렇다 8.15다. 나는 호올로 홍진만장(紅塵萬丈)의 잡답(雜踏)한 도심을 떠나 낚싯대 하나 둘러메고 인적 부도(不到)의 한적한 강변을 찾아 태고의 적요인 양 산적적(山寂寂) 수적적(水寂寂) 산수간에 나 적적 대자연의 정적 속에 낚싯대를 물속 깊이 드리우고 8.15를 낚다 8.15의 정신을 낚다 8.15의 불멸을 낚다 민족비원(悲願)인 완전통일 완전자유 완전독립의 일편단심을 낚다. 아침나절엔 고기를 낚고 태양을 낚고 지나가는 구름과 그 그림자를 낚고 석양엔 노을을 낚고 물새소리를 낚고 밤에는 별을 낚고 달을 낚고 수천(水天)이 접한 사이에 그윽히 속삭이는 밀어를 낚고 깊은 삼경엔 소리없이 고동하는 대자연의 심장을 낚고 이윽고 서방에 기울어 비낀 삼태성 유연히 바라본 순간...... 꿈속인 듯 황홀한 가운데 나도 낚싯대도 몰락(沒落) 잊어버리고 산적적 수적적 산수간에 나 적적 태고의 적요인 양 대자연의 정적 속에 대자연의 심장의 고동소리만 그윽히 높아가고 엄숙히 깊어갈 뿐...... .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