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술 - 오상순 나그네 주인이여 평안하신고 곁에 앉힌 술단지 그럴 법 허이 한잔 가득 부어서 이리 보내게 한잔 한잔 또 한잔 저 달 마시자 오늘 해도 저물고 갈 길은 머네 꿈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 나그네 주인이여 이거 어인 일 한잔 한잔 또 한잔 끝도 없거니 심산유곡 옥천(玉泉)샘에 홈을 대었나 지하 천척 수맥에 줄기를 쳤나 바다는 말릴망정 이 술단지사 꿈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 나그네 주인이여 좋기도 허이 수양(垂楊)은 말이 없고 달이 둥근데 한잔 한잔 또 한잔 채우는 마음 한잔 한잔 또 한잔 비우는 마음 길가에 피는 꽃아 서러워 마라 꿈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 나그네 주인이여 한잔 더 치게 한잔 한잔 또 한잔 한잔이 한잔 한잔 한잔 또 한잔 석 잔이 한잔 아홉 잔도 또 한잔 한잔 한없어 한없는 잔이언만 한잔에 차네 꿈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 나그네 주인이여 설기도 허이 속깊은 이 한잔을 누구와 마셔 동해바다 다 켜도 시원치 않을 끝없는 나그넷길 한 깊은 설움 꿈인 양 달래보는 하염없는 잔 꿈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