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살 할머니가 목욕탕에 갔는데
빨간 때밀이타월로 때를 미는데
여든 살 할머니가 옆에 와 앉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자매 같아서
다정히 자매 같아서 보기 좋았는데
빨간 때밀이 타월로 때를 밀다가
아흔 살 할머니가 옆을 보며 물었다.
거기는 올해 몇인기요?
여든 살 먹은 할머니는 부끄러워하며
올해 간당 팔십이라고 말하고
빨간 때밀이타월을 꺼내는데
아흔 살 먹은 할머니가 말했다.
그래놓으니 새댁이 참 곱다.
여든 살 먹은 할머니는 빨간
때밀이타월을 들고 호호 웃는데
부끄러워하며 호호 웃는데
아흔 살 먹은 할머니가
여든 살 먹은 할머니를 곱다 말하니
온 목욕탕에 더운 김이 무럭무럭
빨간 때밀이타월이 호호 웃는데
온 목욕탕이 호호 웃는데
거기는 올해 몇인기요?
열여덟 복사꽃이 환하게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