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붕새 - 박무웅 그날, 백목련이 한 마리 새처럼 날개를 폈다 구만리 장천으로 날아가려는 붕새처럼 날개를 폈다 새벽보다 먼저 하늘을 열고 흰 불꽃으로 날아올랐다 천지사방이 새의 불꽃으로 환해졌다 한 덩어리의 지혜처럼 詩처럼 날아다니는 저 흰 깃털의 불꽃 그날, 내가 본 백목련은 바람에 날리는 흰 깃발이며 붕새의 부리가 토해 놓은 詩였다 깃털을 달지 못하는 것은 죽은 새이다 날지 못하는 것은 生이 아니다 그렇다 날개를 달고도 뒤뚱거리는 현실의 나 지상의 나를 버리고 싶다 그날, 나는 백목련 앞에서 날개를 펴고 흰 깃털로 구만리장천을 긴 울음과 함께 날아오르는 한 마리 붕새가 되고 싶었다 詩를 토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