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무한하게 - 이제니 그날은 몹시도 눈이 내렸는데 내려앉는 눈송이를 볼 수 없는 높은 침상이었는데 침상 저 너머에서 알 수 없는 아리아가 울려 퍼지는 밤이었는데 죽기 직전 사람은 자신의 전 생애를 한눈에 다 본다고 하는데 그것은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속도로 무한에서 무한으로 가는 움직임이라고 하는데 그때 보이지 않는 창 너머로 보았던 것은 언젠가 나를 위해 울어주었던 얼굴이었는데 걷고 묻고 달리고 울고 웃던 검은 옷을 입은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있지도 않은 없는 사람을 떠올리며 없지도 않은 있는 사람을 지울 때 한 치의 여백도 없이 채우고 싶다고 더없이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고 위에서 아래로 과거에서 미래로 아득히 흘러가던 그 풍경은 다 무엇이었을까 흙은 또 이토록 낮은 곳에 있어 무언가 돌아가기에 참으로 좋은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