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 황정숙 연풍(軟風)이 불자 연못 속에서 아코디언 바람통이 떠올랐다. 서서히 바람은 주름으로 몰려 온다 밖에서 안으로 좁혀질 때마다 물 위에 표적 판을 그리는 바람통, 나이테 같은 바람통, 공명음을 내는 바람통. 버드나무의 늘어진 머리카락을 귀에 걸고 물그림자로 떨고 있는 구름이 바람의 시간에 머무는 동안 저 연못은 허공으로 날아오를 날개를 키우고 있는지 모른다. 스스로 화살이 되어 수심 속으로 꽂히는 저 물의 심장은 가장자리로 번져보는 것이 평생 바람이었을 것이다. 그림자도 없이 침묵으로 들어가는 일 언젠가는 물방울이 시작된 곳에서 우리는 서로 만날 수 있겠구나. 연못을 바람통처럼 접었다가 펴자 파문의 음각들이 물 위로 소용돌이친다 물 저울에 올려진 구름의 무게로 저마다 제 목소리를 내는 잠시 머물렀던 그 자리에서 시작된 생의 변주곡. 물수제비로 던져진 돌팔매에 마지막 음표 비늘을 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