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기리는 노래 - 김소연 입술을 조금만 쓰면서 내 이름을 부르고 나니 왼 손바닥이 가슴에 얹히고 나는 조용해진다 좁은 터널을 통과하려는 물줄기의 광폭함에 가슴이 뻐근할 뿐이다 슬프거나 노여울 때에 눈물로 나를 세례하곤 했다 자동우산을 펼쳐 든 의연한 사내 하나가 내 처마 밑에 서 있곤 했다 이제는 이유가 없을 때에야 눈물이 흐른다 설거지통 앞 하얀 타일 위에다 밥그릇에 고인 물을 찍어 시 한 줄을 적어본다 네모진 타일 속에는 그 어떤 암초에도 닿지 않고 먼길을 항해하다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그의 방주가 있다 눈물로 바다를 이루어 누군가에게 방주를 띄우게 하는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 평생토록 새겨 왔던 비문(碑文)에 습한 심장을 대고 가만히 탁본을 뜨는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