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뛰노는 바닷가에 - 강신애 말들이 뛰노는 바다에서 말들을 쫓는 젊은이를 사랑했네 바다는 흰 말들을 풀어놓고 철썩철썩 때리며 후미진 바위 깊숙이 말들을 몰아갔네 고삐를 빙빙 돌리며 나는 듯 달리는 젊은이를 사랑했네 고삐를 씌우고 말의 등에 올라탄 벌거벗은 소년을 사랑했네 햇빛 휘감아 하나 되어 달렸네 말들은 열 갈래 만 갈래 갈라지며 바다의 푸른 맥을 보여주었네 물속에 잠겼다 튀어 오르는 싱싱한 청어 두 마리 헉헉 노을 뱉으며 끝없이 달리는 말 젊은이는 고삐를 조여 말의 목을 비틀었네 말은 울고 날뛰고 다리를 꺾었네 말을 묻고 하얀 모래로 덮었네 바다와 흰 말들뿐인 해변에서 울부짖던 핏빛 아가리처럼 석양이 두 손을 붉게 물들였네 히힝거리며 말들이 달려와 말의 묘지를 핥고 갔네 히힝거리며 말들이 달려와 말의 묘지를 핥고 갔네 황금 물비늘 한 점이 혈관 속으로 새처럼 깃드는 시간 말의 무덤을 파냈을 때 말은 없고 모래 위 하얀 거품만 남아 있었네 말들이 뛰노는 바다를 바라보다 젊은이는 흩날리는 갈기를 향해 꿈꾸듯 걸어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