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 느티나무 - 강해림 너의 거푸집, 숨어 우는 찌르르기 울음으로 집을 짓는다 하지만 희망이여 내 안의 끈끈이풀 달라붙는 하루살이들 생애만큼이나 짧은 후회, 외로움만 쌓인다 믿음이란 얼마나 확실한 은신처인가 깨달음 대신, 허무와 슬픔으로 뭉툭해진 구두창 하나로 걷던 심연의 완충지대 눈부신 한계를 위하여 모든 것은 사소하고 혹은, 얼음처럼 빛났다간 사라져갔으리 얼마나 멀리 떠나왔을까 돌아갈 옛집 깊은 벽장 속 숨어든 개똥벌레 닮은 별 하나 영혼의 아픈 자국을 내며 흘러간다 어디로 갈까 그 어디메, 질겅거리며 씹던 눈물 하나가 물여울 만들어 그 강 온전히 건널 수 있을까 거기 참으로 오랜만에 여윈 두 손을 씻고 은은해진 그림자 물끄러미 띄워보내며 한 그루 느티나무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