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를 걸어본 사람은 안다
물길이 깊어지고 넓어지고 곧아진
그날 이후
직선 위에 사라지고 자취를 감춘 것들을
더 이상 흐르지 않는 강에는
여울이 사라졌다
수심 낮은 모래언덕에 몸 들였다가
물밑 자갈 사이를 재빠르게 오가던
눈망울 큰 흰수마자가 보이지 않는다
맑은 물 거친 여울을 역류하던
바닷물고기를 닮은 꾸꾸리가 없어졌다
너무 흔해 눈길도 주지 않던 퉁사리도
얕은 물에서 쉽게 붙잡던 미호종개도
멸종위기종 1급 신분의 귀한 몸이 되어
하나같이 자취를 감추었다
수문이 열리면
모래와 자갈과 함께 휩쓸려 갔거나
수문이 닫히면
오염된 물과 쌓이는 개흙을 피해
지류로 더 작은 지류로
힘들게 몸을 부려야 했다
크고 작은 돌 밑에 모래를 파고
알을 낳고 그 곁을 지키고
먹고 먹히고 잡고 잡히며
까마득한 시절부터 그렇게 살아온
그들의 집은, 그들의 강은 사라지고
그들도 그렇게 떠나갔다
다시 초록은 짙고 자운영 여전히 붉은데
멀리 굽이쳐 흐르는 유장한 강도
산란하는 물고기도 사라진 불임의
강둑 너머 수박과 참외가 썩어 버려지는
물 머금은 스펀지 같은 논과 밭
강물에 깃들어 살아온 사람들은 안다
깊어지고 단순해진 직선의 물길에서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들을
끝내 잃게 될 것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