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가 집을 다 가져가 버렸다
낙지가 집을 다 삼키어 버렸다
그물 깁다가 아버지 병원으로 실려 갔다
수협 돈 대출금까지 다 가지고 가 버렸다
자꾸만 목에 낙지발이 걸린 것 같았다
자꾸만 목에서 낙지가 꿈틀대는 것 같았다
형은 울지 않았다
어머니도 울지 않았다 다들,
목구멍을 뭔가가 틀어막고 있는 듯했다
그날부터였다,
흐물대는 낙지발 같은 어둠들이
집안 곳곳으로 흘러 다니기 시작한 것은,
끊어도, 끊어도, 죽지 않는
불사不死의 나날은 시작되었다
꿈틀대는 지독한 저주의 말들이 시작되었다
아버진,
애초부터 쓰러지지 않았다 전했다
아버진,
작은 각시네 집으로 살러 간 것이라 전했다
집도, 돈도 다 가지고 가 버린 것이라 했다
집안 곳곳에선 구경도 한 적 없는 낙지가,
어머니와 형을,
먹여 살려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