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잘 구워진 갈색 빵 속엔
짐승의 살찐 앞가슴과 같은
연하고 부드러운
땅의 감촉이 있다.
열이틀간의 비의 신선한 냄새와
하늘의 우울이 있다.
급하지 않게 허공을 더듬어가며
곡식의 알갱이를 익히던 바람과
밤의 차가운 적막이 있다.
5개월간의 차가운 새벽 기운,
해돋는 아침의 타오르는 기쁨이 있다.
잡초를 뽑고
흙을 북돋아주던
농부의 거칠고 무뚝뚝한
노동의 손,
수확의 손이 있다.
한 개의 잘 구워진 갈색 빵 속엔
일곱 살짜리 딸애의
물어뜯는 첫 이빨 자국,
그 오랜 세월의 단단한 견딤의 부서짐,
말랑말랑한 혀의 즐거움이 있다.
어둡고 뜨거운 식도,
지옥처럼 요동하는 위,
그리고 길고긴 터널의 여행이 있다.
빻아지는 고통을 넘어서서
태어나는 한 개 갈색의 빵.
멋진 혈관의 피가 되어
허파의 들숨과 날숨이 되어
노동하는 손의 억센 힘이 되어
오늘 또다시 구워지는 한 개의 갈색 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