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꽃 - 박해림 그녀의 목덜미에 저녁이 달라붙어 있다 둥글게 모서리가 깎여나간 시간 손으로 꾹 누른다 노랗게 번지는 기억들, 공중이 어지럽다 더러는 맥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한다 그녀의 길은 서랍장 안에 있다 유년의 길을 자꾸만 여닫고 싶어 한다 홀로 우두커니 벽을 밀어내기도 한다 기댈 곳 없는 허공이 흔들린다 겨드랑이에 숨어 있는 어둠 오래 잡고 지탱해야 한다는 듯이 달이 뜬다, 그 빛살을 끌어안고 노랗게 부풀던 그녀 손바닥 어지러운 잔금 사이로 노란 물감이 쉴 새 없이 묻어나온다 하수구로 쓸려나간 검정땟국물 수도꼭지에서는 밤새 노란 꽃잎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목덜미 촘촘히 달빛을 새겨 넣는다 저 숲을 달려운 오랜 밤의 이야기를 허공에다 혼자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다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