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의 미학 1 - 김동호모른다 옆집 밤나무의 뒤통수를 모르고우리 바둑이의 이십사 시간 거동을 모른다처마에 듣는 빗방울이 내일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모른다뒤뜰의 대추나무는 내년에 얼마나 열릴까베란다 카나리아는 내년에 얼마나 낳을까TV화면에선 숫놈 사자가 암놈 사자를 향해 돌진한다나의 앎은 또 빗나간다놈은 그녀의 입에 문 먹이를 향해 달렸던 것이다픽! 나의 입에서 웃음이 터진다아기가 자다 말고 사알짝 실웃음을 웃는다모름!모르기 때문에 油田은 깊어진다.모르기 때문에 광맥은 무한으로 뻗어있다.사람과 사람사이, 사람과 사물 사이 조용히 놀라는 가슴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샛별같은 눈빛은 어디서 만들어지는 것일까앎이 많은 사람에겐 귀를 주어라모름이 많은 사람에겐 마음을 주어라새벽은 나에게 또 이렇게 일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