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나에게 끝내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것을 네가 2루타를 치던 그 순간에 깨달았다 장전된 침묵이 무언가를 터뜨리기 전에 내 안의 경기를 끝내고 싶었다 나는 절정에 다다르는 법 또한 몰랐으므로
너는 배트를 쥐고 너에게 허락된 허공을 휘둘렀을 뿐이다 따악ㅡ 정체 모를 경보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1루를 지나 패배할지도 모르는 곳으로 확장된 동공이 유격수 키를 넘어 그 어느 외야수도 잡지 못하는 공명이 될 때까지 뛸 수 있을까
한 순간을 위해 상처받는 그라운드를 알고 있다 기쁘기 직전까지만 슬퍼해야 하는 곳 그러므로 네가 두 번째 베이스를 밟기 전에 나는 관중석을 떠날 것이다 목이 긴 담장을 등지고 송진가루를 털어내는 패전투수처럼 누구도 끝내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승리한 뒤 때 이른 패배가 찾아오곤 한다 오래도록 갈망하던 1루의 표식을 치우고 지금 너는 어디로 뛰어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