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분이면 오는 거리를 한 시간 반을 걸려 왔다. 갑자기 내린 폭설이 원인이다. 117년 만에 폭설이란다. 도로는 주차장이고 얼마 남지 않은 내 기름 게이지는 불안하게 내려갔다. 다행히 도착해서 집에 왔는데 가관이다. 마을이 눈 속으로 들어갔다. 몇 년 만에 보는 폭설이다. 힘들었지만 기분은 좋다. 오면서 봤는데 시내버스나 트럭들은 언덕을 넘지 못하고 비상등을 켜고 정차해 있었다. 기사들은 기름을 나르지만 버스는 가스인데 어쩌나 걱정됐다. 수자원공사 시절이었나? 퇴근을 네 시간 만에 집으로 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이런 눈은 처음 본다.
요즘 들어 안정을 찾아간다. 정리도 되고 뭔가 어수선했던 것들이 모조리 치워졌다. 나는 아무런 걱정 없이 조용히 사는 삶이 좋다. 가난보다는 마음의 평화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성당에서 신부님이 정 기도 할 대상이 없다면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하라고 말씀했다. 나는 콧방귀가 나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평화는 어디서 오는가. 한참을 생각했다. 가볍게 넘길 일만은 아니었다.
다들 벌써부터 퇴근을 서두른다. 왜일까? 폭설 때문에? 아니다. 안락함이 기다리는 집이 있기 때문이다. 안정감을 주는 공간을 모든 생명체는 좋아라 한다. 나는 가족은 없지만 집을 사랑한다.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면 그만치 행복한 눈내리는 겨울은 없다. 스쿠루지 영감 나오는 영화나 봐야겠다. 따듯하게...
왜일까요
일상이 멈춘게 왜이렇게 좋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