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이후 - 박건호 / 낭송 - 이도연 저녁 6시 이후는 고독한 자의 징역시간인가. 갑자기 밀려드는 자유가 나를 구속하고 도시는 감옥이 된다. 저녁 6시 이후는 애매한 시간, 나만 홀로 갈 곳이 없어 탈출하는 수형자의 자세로 서있다가 가슴을 파고드는 공허와 만난다. 공중전화 앞에서 잊혀져간 이름을 생각하다가 육교 위나 지하도에서 서성이며 헤매는 나를 본다. 나는 지쳐있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인 채 어지러운 내가 우수의 날개를 타고 멀리 날아본다. 생활을 벗은 자인가. 생활을 벗지 못한 자인가. 황폐한 표정들 위에 불빛이 흐르고 거리에는 추억을 먹고사는 내가 남는다. 나에게 도시는 커다란 수갑이 되어 조여들고 있다. 저녁 6시 이후는 모든 것이 화려하지만 징역시간과 같은 고독 속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해 본다. 끝내 혼자일 수밖에 없는 나의 시야는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는가. 도시의 이 목마름을 느끼면서 누군가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