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2 21:51
까치네
박해영
삼년 전 이사올 때부터
텃밭 건너 키 큰 감나무에 까치집이 있다
나보다 먼저 이 마을에 터를 잡고
저 집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품었으리라
올해는 식구가 늘었는가
여느 해보다 더 바삐 날아다니더니
집이 이층으로 증축되었다
아랫말에는 빈집들이 자꾸 늘어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들을 길 없는데
오래된 까치네 집에서는
새끼들의 재재거리는 소리
먹이를 물어 나르는 어미의 비행이 한창이다
등이 굽은 할미와 할배가
낡은 툇마루에 앉아
분주한 까치집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