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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없이 사는 이는 없습니다. 병이라곤 앓아본 적 없이 아주 건강하게 사는 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늘 크고 작은 병을 지니고 사는 게 사람입니다. 감기나 몸살이란 것도 몸을 지칠 대로 지치게 만들었으니 잠시 쉬어야 한다는 신호라고 의사들은 말합니다. 큰 병에 걸리는 이들 중에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고 과신하던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건강에 과신은 금물입니다.
몸에 병이 들면 어떻게든 싸워서 병을 내쫓으려 하지만 어떤 병은 잘 구슬러서 데리고 살아야 하는 병도 있습니다. 당뇨병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또 어떤 병은 아플 만큼 아파야 낫는 병도 있습니다. 장염이 걸렸는데 무리하게 지사제만을 사용하면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하는 독성이 몸에 남아 있어 도리어 해롭다고 합니다.
사람의 몸만 그런 게 아니라 사회도 병을 앓고 있습니다. 무능과 부조리와 부패, 비리와 뇌물과 부정직한 거래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종양입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과 비인간적인 경쟁 제일주의, 시장 만능주의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만성질환입니다. 이런 병들은 쉽게 뿌리 뽑히지도 않습니다. 내성이 강해 웬만한 약은 듣지도 않습니다. 아니 이런 병을 부추겨 이득을 보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이미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포기한 이도 많습니다. 아닙니다. 어떻게든 고질적인 병을 고쳐야 합니다. 나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병에서 배워야 하고 똑같은 병에 자주 걸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유용주시인은 병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병은 사람의 몸 안에 들어온 다음에야 깨닫는 법, 그러니 인간이란 축생들은 후회와 반성의 자식들이 아니던가? 병은 사람을 가르친다고 했다. 늘 그렇게 한 발자국씩 늦게야 알아듣느니, 병은 스승이다. 병은 우선 낫고자 하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저 길에게 약속한다. 소나무에게 전봇대에게 약속한다. 모시고 살 것이라고. 극진히 대접할 것이라고, 저 썩을 대로 썩은 강물에게 맹세한다.(.....) 나는 나을 수 있다. 길이 나를 저버리지 않는 한 이 스승을 끝까지 모시고 살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와 국가가 앓고 있는 병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파해야 하고 앓을 만큼 앓아야 합니다. 그리고 병에서 배워야 합니다. 어떻게 다시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합니다. 병은 스승입니다.
도종환/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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