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다’, ‘시다’, ‘짜다’ 등 맛을 나타내는 말은 냄새를 나타내는 낱말을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한다. 맛과 냄새의 감각이 밀접히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맛으로 냄새를 표현하는 게 자연스럽다. “감주 끓이는 구수한 단내가 풍겨 나고 있었다”에서 ‘단내’는 ‘달다’와 ‘냄새’로 이루어진 낱말로 ‘달콤한 냄새’를 뜻한다. ‘달다’와 ‘냄새’가 결합하여 ‘단내’를 만드는 것처럼 ‘시다’와 ‘짜다’도 ‘냄새’와 결합하여 ‘신내’와 ‘짠내’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맛을 나타내는 말과 ‘냄새’가 여러 뜻으로 쓰이는 만큼 ‘단내, 신내, 짠내’의 의미 폭도 넓다. 요즘 부쩍 많이 쓰이는 ‘짠내’는 ‘소금 냄새와 같은 짠 냄새’의 뜻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다.
“젊은 시절 아버지는 정말 짠내 나게 돈을 벌었다.”나 “그는 짠내 풀풀 나는 직장인들의 현실을 사실감 있게 연기했다.”에서 ‘짠내’는 어떤 뜻으로 쓰였을까? 나는 이 말에서 ‘고단한 삶과 고된 노동에서 비롯된 땀의 냄새’를 먼저 떠올렸다. ‘짠내’에서 ‘땀내’를 떠올렸던 것이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짠내’에서 ‘애처롭게 눈물 흘리는 상황’을 먼저 떠올린다. ‘짠내가 난다’는 표현을 ‘눈물이 난다’로 이해하는 것이다. “짠내 나는 멜로드라마”나 “짠내 나는 짝사랑”이란 표현에서 젊은 세대의 언어 감각을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눈물’에서 ‘짜다’는 떠올려도 ‘냄새’를 떠올리진 않는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짠내 나는 짝사랑’보다 ‘짠맛 나는 짝사랑’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그러다 곧 생각을 바꿨다. “공감하여 흘리는 눈물이라면 혼자 느끼는 ‘짠맛’보다 여럿이 함께 느낄 수 있는 ‘짠내’가 더 어울릴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