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먹는 것은 그리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일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혹은 집단 문화가 퇴색하면서 이런 일이 점점 느는 게 현실이다. ‘혼밥’과 ‘혼술’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새말이다.
그런데 ‘혼자서 하는 말’은 ‘혼잣말’이라 하고, ‘혼자서만 일을 하거나 살림을 꾸려가는 처지’는 ‘혼잣손’이라고 한다. 또한 ‘혼자’의 의미로 쓰일 수 있는 접두사로 ‘홀-’이 있다.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홀몸’이란 말이 있고, 배우자를 잃은 사람을 가리키는 ‘홀아비’와 ‘홀어미’란 말도 있다.
이런 예를 보면 ‘혼밥’이나 ‘혼술’은 ‘혼잣밥’이나 ‘혼잣술’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혼잣밥’과 ‘혼잣술’ 대신 굳이 ‘혼밥’과 ‘혼술’을 만들어 쓰게 되었을까? 또 ‘홀밥’과 ‘홀술’이란 말은 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혼잣술’이나 ‘혼잣밥’이 이전에 쓰인 말이라면, 이 말에는 혼자 술과 밥을 먹어야 하는 처지에서 오는 외로움과 슬픔이 오롯이 담겼을 것이다. 그런데 ‘혼밥’과 ‘혼술’은 혼자 밥과 술을 먹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세태를 반영하여 만든 새말이다. 낱말의 형태를 바꿔 ‘혼잣밥’과 ‘혼잣술’에 배어 있는 외로움과 슬픔을 걷어낸 것이다. 그러면 ‘홀밥’과 ‘홀술’은 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홀아비, 홀어미, 홀씨 …’에 답이 있다. ‘홀-’에는 ‘짝을 갖추지 못한’이란 뜻이 있으니 밥과 술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혼밥’과 ‘혼술’이 정착했으니 혼자 하는 어떤 것을 표현하는 새말은 늘어날 것이다. ‘혼자 하는 놀이’인 ‘혼놀’도 그런 예다. 그런데 ‘혼놀이’가 아닌 ‘혼놀’이다. 글자 수를 맞추려는 뜻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