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명희는 ‘언어는 정신의 지문(指紋)’이라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 끝마디에 각자 서로 다른 무늬인 지문을 가지고 있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이 된 것처럼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 역시 그 사람의 생각과 정신을 반영해 지문처럼 그 사람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말이다.
언어에 대한 최명희의 관심과 애정은 남달라서 ‘모국어는 우리 삶의 토양에서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품고 길러 정신의 꽃으로 피워주는 씨앗’이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자신을 ‘모국어라는 말의 씨를 이야기 속에 뿌리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정신과 혼이 담긴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혼불’ 등의 소설들을 집필했다.
최명희가 남긴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라는 말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되기도 하고,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그와 아픔을 함께 나눔으로써 고통을 이겨낼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우리의 정신과 혼이 찍히는 지문과도 같을진대 어찌 함부로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욕설과 비속어를 입에 담고 사는 사람들의 경우 포악한 언어들이 그의 정신을 더욱 포악하게 만들 것이고, 습관적으로 외국어를 남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우리의 정서와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외국어가 그의 정신에서 우리 고유의 정감과 정서를 점점 배제시키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우리가 사람들과 정감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