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몰아치고 강추위가 덮치자 가마니틀 두 대를 아예 윗방으로 옮겨놓고 가마니를 쳤다.”(윤흥길, 소라단 가는 길) 이 문장에 나오는 ‘강추위’의 ‘강(强)-’은 ‘강한, 호된, 심한’의 뜻을 더해 주는 말이다. 국어사전에 ‘강추위(强--)’는 ‘눈이나 바람이 몰아치는 매서운 추위’로 풀이되어 있다.
“겨울에도 강추위만 헐벗은 사람들을 못 견디게 했을 따름, 싸락눈 한 알 날리지 않았다.”(안수길, 북간도). 이 문장에 나오는 ‘강추위’의 ‘강-’은 한자어가 아니다. 고유어 ‘강-’은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또는 ‘물기가 없는’의 뜻을 더해 주는 말이다. ‘강굴, 강기침, 강된장, 강모, 강서리, 강술, 강울음, 강주정, 강풀’ 등의 예가 있다. 국어사전에서 ‘강추위’는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로 풀이해 놓았다. 우리말에는 두 가지 ‘강추위’가 있는 것이다.
그럼, ‘강더위’라는 말도 있을까. ‘오랫동안 가물고 별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를 가리켜 ‘강더위’라 한다. “오늘도 강더위가 시작되려는지 밤새 내린 이슬들이 곡식 이파리에 붙었다가 이내 말라버렸고 … 해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김송죽, 번개치는 아침) 하지만 ‘强더위’는 없다.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나타내고 싶을 때는 ‘무더위’라 하면 된다.
‘강추위(强--)’는 이전 사전에는 없었다가 ‘표준국어대사전’(1999)에 처음 실린 새말이다. 본래 우리말에서는 고유어 ‘강추위’가 ‘강더위’와 짝을 이루어 널리 쓰였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그저 ‘강추위(强--)’만 떠올릴 뿐이다. ‘강추위’는 우리 말글살이의 바깥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듯하여 마음이 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