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면 한글날이다. 1443년의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한글날은 1926년 조선어연구회(조선어학회)가 ‘가갸날’을 선포한 데서 시작되었는데, 1928년부터 ‘한글날’로 이름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글날이 근대에 시작되었듯이 ‘한글’이라는 명칭이 생겨난 지도 오래지 않다. 한글 창제 당시 문자의 이름은 ‘훈민정음’이었는데, 그것이 ‘한글’로 불린 것은 일제 강점기부터이다. 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처음 만든 이가 누구인지는 주시경, 이종일(독립 운동가이자 국문학자로서 3ㆍ1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 중 일인), 최남선 선생이라는 주장이 있어 왔는데, 대체로 학계에서는 최남선 선생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한 기록에 따르면 1910년 광문회의 회의 석상에서 최남선 선생이 ‘한글’ 명칭을 제안하였고, 이를 주시경 선생이 수용함으로써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최남선 선생도 “조선 상식 문답”이라는 책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한글’의 ‘한’은 크다(大)는 의미와 한나라(韓)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910년이면 일제에 국권을 빼앗겨 조선문, 조선 문자와 같은 명칭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해이다. 그래서 국어학자인 임홍빈 선생은 ‘한글’이 대한제국의 멸망을 수용한 이름으로서, 민족의 아픔과 더불어 운명 극복의 의지도 담고 있다고 말한다. 한글의 원래 이름 ‘훈민정음’에도 백성을 사랑하는 뜻이 담겨 있다. 문자가 지배 계층의 전유물이던 시절, 세종은 백성이 글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어엿비’(가엾게) 여기는 마음에서 새 문자를 만드셨다. 단순한 이름에 불과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한글’에 담긴 민족정신, ‘훈민정음’에 담긴 인간 존중의 정신이야말로 한글의 또 다른 가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