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 다가오면 우리말을 잘 가꾸고 다듬어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가끔 ‘한글’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언어’라고 엉뚱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500여 년 전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것은 한글, 곧 우리말을 적기 위한 문자이지 언어가 아니다. 제아무리 천재라도 사회적 산물인 언어를 하루아침에 발명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세종께서 한글을 직접 지으신 이유도 중국과는 다른 우리말을 한자로는 적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따라서 한글이 뛰어난 ‘문자’라고 할 수는 있지만, ‘언어’라고 하면 잘못이다.
그런데 한글의 어떤 점이 훌륭하다는 걸까. 어떤 이들은 ‘새 소리, 바람 소리’ 등 세상의 소리들을 모두 적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소리를 적을 수 있는 것은 한글뿐 아니라 로마자나 키릴문자 등 표음문자들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특성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그 ‘과학성’과 ‘체계성’에 있다. 글자를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글은 과학적이다. ‘ㅁ’은 입술의 모양, ‘ㅇ’은 목구멍 모양, ‘ㅅ’은 이빨 모양에서 본뜨고,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 ‘ㄴ’은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한글이 체계적이라는 것은 자모를 따로따로 만들지 않고 기본 글자를 먼저 만들고 나머지는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즉 기본자인 ㄱ에 획을 더해 ㅋ을 만드는 식이다. 모음의 경우도 ‘하늘, 땅, 사람’을 형상화한 ‘ㆍ, ㅡ, ㅣ’를 기본 글자로 하고, 나머지는 기본자에 획을 하나씩 더하거나 조합해서 만들었다.
한글은 이처럼 과학적 원리에 따라 체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년에 하루 한글날만이라도 우리글의 장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