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국제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나오다 보면 “야경이 맛있다”라는 광고 문구가 손님을 맞는다. 지역 도시 홍보 문안인데, 그 특이한 단어조합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 또는 한국어를 착실히 배운 외국인이라면 “어, ‘멋있다’ 아닌가?” 하고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국어사전을 보면 ‘맛있다’에는 ‘음식의 맛이 좋다’는 한 가지 뜻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난 표현을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맛있는 인생, 맛있는 여행, 맛있는 대한민국, 맛있는 음악회’ 등은 인생이나 음악회가 음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은유적인 표현들이다. 다만 이런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의 제목들은 맛 기행처럼 먹는 것과 관련된 내용들이어서 쉽게 그 연결고리를 이해할 수 있는 예들이다.
그러나 ‘야경이 맛있다’는 음식과 무관한 것이어서 더 확장된 용법을 보여 준다. ‘맛있다’가 ‘다채롭다, 즐겁다’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데, 이러한 쓰임은 ‘맛있는 공부’ ‘맛있는 논술’ ‘맛있는 중국어’ 등과 같은 예들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야경이 맛있다’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참신한 표현이라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힐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단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점에서 이는 성공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야경’과 ‘맛있다’의 조합이 아무래도 어색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사전적으로 ‘맛있다’는 음식과 관련된 뜻만 지니고, 그래서 이 문구는 오류로 여겨질 가능성조차 크다. 그 표현의 창의성은 공감되지만, 적어도 공공의 목적이라면 보다 정제되고 명확한 표현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