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는 표기와 발음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국어를 표기하는 원칙과 발음하는 원칙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한국인이 사용하는 말이고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사용하는 글이다. 말의 사용은 입과 귀의 작용으로 이루어지는 지각 행위인 반면 글의 사용은 손과 눈의 사용으로 이루어지는 지각행위이기 때문에 감각기관이 서로 다르게 작동된다. 예를 들어 ‘눈빛으로 말한다.’라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한글맞춤법’이라는 어문 규정을 지각하고 눈과 손의 감각기관을 작동시켜 글을 쓰는데 비해 이것을 [눈삐츠로말:한다]라고 읽고 말하기 위해서는 ‘표준발음법’이라는 어문 규정을 지각하고 입과 귀의 감각기관을 작동시켜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어의 표기와 발음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데도 표기대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밤공기가 차다’라는 문장을 발음할 때 ‘밤공기’를 표기대로 [밤공기]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밤꽁기]라고 된소리 발음을 해야 한다. ‘인기척’과 ‘안간힘’ 역시 표기대로 [인기척], [안간힘]으로 발음하면 안 되고 [인끼척], [안깐힘]으로 발음해야 한다. 또한 ‘눈시울’, ‘몰상식’, ‘종소리’도 [눈씨울], [몰쌍식], [종쏘리]로 발음을 해야 한다. 이처럼 표기대로 발음하지 않고 된소리로 발음해야 하는 이유는 표기상으로는 사이시옷이 없더라도 관형격 기능을 지니는 사이시옷이 있어야 할 합성어의 경우에는 뒤 단어의 첫소리 ‘ㄱ, ㄷ, ㅂ, ㅅ, ㅈ’을 된소리로 발음한다는 표준발음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한국어는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발음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