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하다’와 ‘소개시키다’는 뜻이 다르다. 그런데 이 둘을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소개시키다’는 ‘소개하게 하다’라는 뜻이다. “나는 아내가 될 사람을 어머니에게 소개시키고 선물꾸러미를 내밀었다.” 어느 소설에서 따온 문장인데, 이를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나의 아내가 될 사람을 누군가로 하여금 어머니에게 소개하게 하고 나는 선물꾸러미만 내밀었다’는 뜻이 된다. 남을 시켜 아내될 사람을 소개하다니, 민망한 일이다. ‘소개시키고’를 ‘소개하고’로 고쳐야 내가 직접 소개하고 선물도 드린 것이 된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제삼자가 아닌, 이 말을 들은 사람이 직접 소개를 해 줄 것을 원하는 것이라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줘.”라고 해야 한다.
‘-하다’를 써서 그대로 뜻이 통하면 ‘-시키다’를 쓸 필요가 없다. “그는 마음먹은 대로 성주의 모습을 수천 조각으로 나눌 수도 있고 다시 결합시킬 수도 있었다. 어느 한 부분을 실물보다 크게 확대시킬 수도 있었고 작게 축소시킬 수도 있었다.” 이 예도 어느 소설에서 따온 것인데, 여기서 ‘결합시킬, 확대시킬, 축소시킬’은 각각 ‘결합할, 확대할, 축소할’로 바꾸어도 원뜻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럴 때는 ‘-하다’를 쓰는 것이 좋다.
때로는 ‘-시키다’를 쓸 자리에 ‘-하다’를 잘못 쓰는 경우도 있다. 서비스센터 같은 곳에 가면 “손님, 그 신청서는 2번 창구에서 접수하시면 됩니다.”와 같은 말을 듣곤 하는데, 이때는 ‘접수시키시면’이라고 해야 맞다. 신청서를 받는, 즉 접수하는 사람은 창구 직원이기 때문이다. 만약 ‘접수하다’를 그대로 쓰고 싶다면, “손님, 그 신청서는 2번 창구에서 접수합니다.”라고 하면 된다.